책과 기록64 <세일즈맨의 죽음> 인물 분석, 고전비극과의 구조적 유사성에 대해 풀과 나무와 지평선을 말하는 듯 가냘프고 고운 플루트음악이 들린다. 이윽고 막이 오르면 - 외판원의 집과 그 집을 둘러싸고 우뚝 솟은 모가 난 아파트의 형체만이 보인다. 오직 푸른 저녁 하늘빛 만이 집과 무대 앞부분에 깃들이고 그 주위는 영롱한 오렌지빛이다. 차차 밝아짐에 따라 육중한 아파트의 지붕과 그 앞의 곧 무너질 것만 같은 조그만 집의 모양이 뚜렷해진다. 현실에서 솟아난 것 같은 꿈의 영기가 무대 위에 흐르고 있다. - 제1막 첫 장 첫 장면에서 부인 린다는 뭔가 서늘한 징후를 느끼고 침실에서 나와 윌리를 찾는다. 당신이야?! 막 귀가한 윌리는 말한다. 나요. 놀랄 것 없소. 어디서 사고 내고 온 거 아니냐는 린다의 노파심을 타박하며 윌리는 평소에 해오던 일들이 체력적으로 이제 너무 힘들어져버렸다.. 2025. 12. 7. <완벽한 아이> 인간 스스로의 구원이 가능한가, 김영하의 말, 추천사가 돋보이는 에세이. 나는 깨달아야 한다. 나는 아버지의 원대한 계획으로 태어났고, 아버지가 나에게 맡길 임무들을 완수해야한다.내가 아버지의 계획만큼 해내지 못할까봐 두렵다 나는 너무 허약하고 너무 서툴고 너무 어리석다. 나는 아버지가 너무 무섭다. 거인 같은 몸집, 커다란 머리, 가늘고 긴 두 손, 강철도 뚫을 듯한 눈길을 가진 아버지 앞에 서면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완벽한 아이, 모드 쥘리앵 이 책은 정말.. 고통스럽다. 상처가 난 곳을 후벼판듯한 아픔이 지난 후에 환희가 느껴지는 글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어낸 글이라면 이런 감정의 정화를 일으키는 환희가 가능했을까. 거짓말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 반짝이는 눈으로 한국 독자에게 인사를 하는 모드 쥘리앵에게 경의를 표한다.(마지막에 영상첨부) 는 아.. 2025. 12. 2.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가질거 다 가진 사람의 이야기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 중년남성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대기업 부장이 아닌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 출처 JTBC 김 부장이야기의 소개는 이렇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대기업 부장의 직함과 서울에 자신의 집을 가진 소위 이룰 것 다 이룬 50대의 삶이다. 집에서 자신을 챙겨주는 부인에 입시에 성공한 아들까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김 부장에게 회사는 그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전장이다. 어느 순간 직장에서의 그는 '김낙수' 의 전부가 되어간다. 사회적 자아가 찐자아를 삼켜버린 인물, 자신의 힘으로 이 모든 것들을 일구어 냈다는 것은 그의 인생에 큰 자부심인 것이다.김낙수는 자신의 .. 2025. 12. 1. <럭키 데이 인 파리> Coup de Chance, 노장의 품격 +스포일러 ***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의 원제 Coup de Chance는 프랑스어롷 뜻밖의 행운을 말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파니의 내연남 알랭은 대학시절 흠모하던 파니를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자기에게 뜻밖의 행운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확률은 40경의 1이므로 우리가 태어난 것도 축복이라고 말을 하며 로또가 당첨될 확률은 그것보다 낮으니 행운이 올 것이라 말한다. 파니의 남편 장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가 하는일이 정확히 어떤 일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파니는 의심을 갖지 않는다. 파니가 그를 원한 것은 아니고 그가 가진.. 2025. 11. 14. <머터리얼리스트>가 특별한 영화인 이유 +스포일러 포함 +스포일러 포함+스포일러 포함+스포일러 포함 돈과 사랑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가난한 사랑을 미련 없이 선택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따분한 주제이다. 그런데 무엇이 이 영화를 이렇게 신선하고 남다르게 느껴지게 만드는 걸까. 그래서 머 결국엔 기승 전외모라는 거 아냐. 가난한 남주가 크리스에반스처럼 생겼다면 당연히 남주를 선택하겠지라고 생각하기에는 이영화가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여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셀린송감독의 두 번째 작품은 첫 번째 작품만큼이나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전개된다. 여주인공인 루시는 잘 나가는 매치메이커로 9 커플을 성사시킨 능력 있고 직업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삶을 산다. 그녀에게는 한때 너무 사랑했지만 가난한 배우지망생 남자친구 존이 있었고 기념일.. 2025. 11. 13. 철학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현대적 임무이다 <미셸 푸코> 기원의 부재 속에서 확장되는 것은 바로 허구의 다수성multiplicité이다. 기원도 토대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이 궁극적 의미를 산출하는 하나의 단위라고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대신에 철학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새롭게 다시 발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형이상학적 체계를 대신하여 정치적 허구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프레데릭 그로, 배세진 🧠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가 말한 철학의 임무 ― 역사를 다시 쓰는 이유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철학자이자 사상가로,“광기, 죽음, 감옥, 욕망, 권력” 등 인간의 어두운 면을 통해 진리와 자유의 문제를 탐구한 인물이다.그는 평생 동안 ‘배제된 사람들.. 2025. 10. 30. 판옵티즘, 감시 관계의 내면화를 유발하는 것 - <미셸 푸코>, 프레데릭 그로 감옥이 왜 인간에게 내려진 형벌일까를 생각해본 적 있을까. 역사적으로 '인권'이 최우선가치로 떠오르기 이전부터 감옥에 죄를 지은 사람을 가두므로 사회와 격리시키고 교화를 위한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푸코가 답해줬다. 👁️🗨️ 푸코의 판옵티콘 ― 감옥에서 시작된 ‘감시 사회’의 이야기오늘날 우리는 어딜 가나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감각 속에 산다.CCTV, 위치 추적, 온라인 로그, 사내 메신저의 활동 기록까지.이 모든 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판옵티콘(Panopticon)”의 시대다.이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가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 에서 소개한 핵심 사상이다.푸코는 단순.. 2025. 10. 30. 푸코가 말한 권력-지식(power-knowledge)의 관계 푸코는 ‘권력’과 ‘지식’을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서 작동하는 하나의 체계로 보았다. 즉, 권력이 지식을 만들고, 지식이 다시 권력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또한 푸코는 지식이 단순한 진리 탐구가 아니라, 권력이 인간의 몸과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도구라고 보았다. 동시에, 글쓰기와 같은 창조적 행위가 그 권력의 언어에 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믿었다.1️⃣ “푸코에게 권력과 지식은 공통의 역사적 체계를 구성한다.”푸코는 권력(power)과 지식(knowledge)을 따로 보지 않았다.그는 “지식은 권력의 일부이고, 권력은 지식을 통해 작동한다”고 본다.예를 들어, 병원은 사람을 치료하는 ‘지식의 공간’이지만 동시에‘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를 결정하는.. 2025. 10. 30. 아리스토텔레스가 푸코를 만난다면 — 진리를 둘러싼 두 철학자의 대화 🧭 푸코 vs 아리스토텔레스: 진리의 철학적 전환진리에 대한 질문은 철학의 가장 오래된 주제 중 하나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진리를 ‘이성과 감각의 조화’ 속에서 찾았다면, 현대 철학자 미셸 푸코는 진리를 ‘권력의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산물로 바라본다. 두 사람의 사상은 2,000년의 시차를 두고 있지만,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대한 해석은 극명하게 다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진리 — 조화와 이성의 질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진리는 인간의 감각 경험이 이성적으로 정리될 때 드러나는 조화로운 상태였다. 그는 진리를 “사물이 있는 그대로를 아는 것”, 즉 감각으로 인식한 세계가 이성의 논리에 맞아떨어질 때 성립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의 진리관은 ‘현실과 사고의 일치’, 다시 말해.. 2025. 10. 30. 푸코의 계보학과 판옵티콘 — 감시사회로 진화한 권력의 얼굴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근대 사회의 권력을 단순히 ‘지배와 억압’으로 보지 않았다.그는 권력이 지식과 제도 속에 스며들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형성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푸코의 대표 개념인 계보학(Genealogy)과 판옵티콘(Panopticon)은 현대 사회의 감시 체계를 이해하는 핵심 틀이다. 계보학 — 권력과 지식의 얽힘을 추적하다푸코가 말한 계보학은 단순한 ‘기원 찾기’가 아니다.그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제도나 가치가 사실은 권력의 작동 결과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병원, 학교, 감옥, 군대 같은 제도들은 인간을 보호하거나 발전시키는 기관처럼 보이지만,푸코의 시선에서는 오히려 인간을 분류하고 통제하는 권력의 장치로 읽힌다.그가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 2025. 10. 26.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