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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기록

판옵티즘, 감시 관계의 내면화를 유발하는 것 - <미셸 푸코>, 프레데릭 그로

by BookSayu 202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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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 왜 인간에게 내려진 형벌일까를 생각해본 적 있을까. 역사적으로 '인권'이 최우선가치로 떠오르기 이전부터 감옥에 죄를 지은 사람을 가두므로 사회와 격리시키고 교화를 위한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푸코가 답해줬다. 

 

 

👁️‍🗨️ 푸코의 판옵티콘 ― 감옥에서 시작된 ‘감시 사회’의 이야기

오늘날 우리는 어딜 가나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감각 속에 산다.
CCTV, 위치 추적, 온라인 로그, 사내 메신저의 활동 기록까지.
이 모든 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판옵티콘(Panopticon)”의 시대다.

이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 에서 소개한 핵심 사상이다.
푸코는 단순히 ‘감옥 제도’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감옥을 현대 사회의 축소판, 즉 권력과 감시가 작동하는 사회 구조의 은유로 보았다.

 

“우리는 판옵티콘의 원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바깥쪽에는 고리 모양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중앙에는 탑이 서 있다. 이 탑에는 고리 모양 건물의 안쪽 정면을 향해 커다란 창문들이 나 있다. 바깥쪽의 건물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고, 각 방이 건물의 두께 전체를 채우고 있다. 이 방들에는 각각 두 개의 창문이 있는데, 한 창문은 탑의 창문과 마주 보도록 안쪽으로 나 있고.....중앙 탑에 감시인을 배치하고 광인, 병자, 사형수, 노동자 또는 학생을 각 방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감옥이자 소극장인 그곳에서 각 행위자는 홀로 완벽하게 개인화되고 끊임없이 가시화된다. 
- <미셸 푸코>, 프레데릭 그로, 본문 중에서 

 

🏛️ 판옵티콘이란 무엇인가?

‘판옵티콘’은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고안한 감옥의 구조다.

  • 건물은 둥근 원형으로 설계되어 있고,
  • 중앙에는 높은 감시탑이 세워져 있으며,
  • 탑 주위로 죄수들이 갇힌 독립된 방들이 원형으로 배치된다.

감시탑에서는 모든 방 안이 한눈에 보인다.
하지만 죄수들은 감시자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죄수들은 언제나 감시받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결국 감시자는 없어도, 감시의 효과는 항상 유지된다.
푸코는 이것이 바로 “권력의 자동 작동” 이라고 말했다.

즉, 감시는 외부의 힘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권력의 기술이다.

 

감옥의 세 가지 기능 ─ 감금하기, 빛을 박탈하기, 숨기기 ─ 중에서 우리는 첫 번째 기능만을 보존하고 나머지 두 기능은 삭제하는 것......… 이로부터 판옵티콘의 주요한 효과, 즉 수감자에게 권력의 자동적인 작동을 보증하는 가시성의 상태를 의식적이고 지속적으로 야기하는 효과가 만들어진다...... 결국 수감자 자신이 권력의 담지자porteurs가 되는 그러한 권력의 상황 안에 사로잡히도록 하기 -- <미셸 푸코>, 프레데릭 그로, 본문 중에서 

 

⚙️ 감옥에서 사회로 ― ‘보이지 않는 감시의 시대’

푸코는 판옵티콘이 단지 감옥의 구조가 아니라,
근대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권력의 원리로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행동을 평가하고,
  • 회사에서는 상사가 성과를 기록하며,
  • 병원에서는 환자의 건강을 데이터로 관리하고,
  • SNS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꾸며 감시받기를 자처한다.

이 모든 것은 ‘감시’와 ‘규율’의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
보이지 않는 권력이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스며든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뿐 아니라 ‘내면화된 감시’ 속에 살게 된다.

 

 

사회적 관리[통제]의 발전은 막 탄생한 자본주의가 새로운 형태의 부의 등장(도시와 항구에 막대한 양의 상품 재고 축적, 공장 내에 매우 값비싼 기계의 설치)을 선도함에 따라 그리고 농촌에 소농지가 증가하여 떠돌이 생활과 절도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음에 따라 그만큼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 감옥의 진짜 기능 ― “범죄자를 만드는 시스템”

푸코는 감옥의 역할에 대해서도 기존과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감옥은 단순히 범죄자를 ‘벌주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감옥은 범죄를 관리하고 재생산하는 장치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감옥은 사회가 만들어낸 범죄의 구조를 유지시키는 곳이다.

  • 가난한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범죄에 손을 대게 되고,
  • 그들이 감옥에 가면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어렵다.
  • 결과적으로 같은 계층, 같은 사람들이 계속 감옥을 드나들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유한 계층(부르주아지) 은 이득을 본다.
범죄로 인한 이윤(매춘, 마약, 무기 거래 등)은 결국 자본가 계층의 경제 구조 속으로 편입된다.
푸코는 이것이 “권력과 자본이 결탁한 감시의 구조”라고 말한다.

 

 

프랑스대혁명과 19세기의 다른 정치적 혁명들은 지도 계급에게 인민의 새로운 위법행위illégalisme, 즉 사회적 투쟁이라는 정치적 위법행위의 위험으로 다가왔다. 이 정치적 위법행위를 제거하고 배제하기 위해서 지도 계급에게는 부르주아지의 경제적 이해에 부합하는 또 다른 지배적 위법행위가 나타나야만 했다. 정치적으로[정치권력에 의해] 무력화된, 그리고 경제적 이윤의 원천인 이 위법행위가70 바로 범죄délinquance이다(돈이 없는 프롤레타리아트들이 매춘, 무기와 마약 밀매를 위한 돈을 손에 넣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부르주아지다). 감옥은 정확히 이 범죄 환경을 조성하고 동질화하며 통제하는 데 이용된다(왜냐하면 감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항상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감옥의 실증적 기능은 바로 범죄의 생산인 것이다
<미셸 푸코>, 프레데릭 그로, 배세진 

 

🧠 철학의 핵심 ― 감시는 곧 권력이다

푸코가 판옵티콘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건 단순한 건축 구조가 아니다.
그는 감시가 곧 권력이며, 권력이 사람의 의식과 행동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오늘날 우리가 SNS에서 “좋아요” 수에 따라 행동을 조정하고,
회사에서 ‘성과 지표’를 기준으로 자아를 평가받는 것 또한
판옵티콘의 현대적 형태라 할 수 있다.

감시탑은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감시하고, 스스로를 길들이며 살아간다.
이것이 푸코가 말한 ‘근대의 통제사회’의 본질이다.

 

🌱 결론 ― 자유란 무엇인가

푸코의 질문은 단순하다.

“감시받지 않고도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의 답은, 권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었다.
감시의 원리를 이해할 때, 우리는 그것에 저항할 수 있다.
푸코의 철학은 그래서 우리에게 ‘자유’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싸워 얻어야 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2025.10.30 - [책과 기록] - 철학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현대적 임무이다 <미셸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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