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 중년남성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대기업 부장이 아닌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 출처 JTBC

김 부장이야기의 소개는 이렇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대기업 부장의 직함과 서울에 자신의 집을 가진 소위 이룰 것 다 이룬 50대의 삶이다. 집에서 자신을 챙겨주는 부인에 입시에 성공한 아들까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김 부장에게 회사는 그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전장이다. 어느 순간 직장에서의 그는 '김낙수' 그 자체가 되어간다. 사회적 자아가 찐자아를 삼켜버린 인물, 자신의 힘으로 이 모든 것들을 일구어 냈다는 것은 그의 인생에 큰 자부심인 것이다. 김낙수는 자신의 문제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문제역시도 나서서 해결해 주는 면모를 보인다. 이것은 정이 많다, 오지랖이라는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제껏 그가 살아온 길이 그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선택에 의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여러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로 하여금 자기 효능감에 고취되어 있었을 테고 그의 정점이 대한민국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인터넷 대기업의 팀을 이끄는 부장이라는 직함이었을 것이다. 또한 1,2억으로는 너무 볼 수 없는 벌어서 집을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시대에 서울에 자신의 명의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기득권으로 보일 수 있으며, 노년에 대한 대비는 끝났다고 볼 정도이다. 자신을 지지해 주고 사이가 나쁘지 않은 부부사이도 현대에는 얻어내기 어려운 가치 중에 하나이며 무엇보다도 자식이 1명에 어려운 입시전쟁에서 명문대입학을 이루어낸 아들이 있다. 이런 조건만으로도 드라마 초반에 그가 느끼는 우월감이나 자신에 대한 확신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그럴만하다.

우리는 운명에 운이라는 게 어느정도 작용하는지를 매 순간 잊고 살며 그것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살 수 있는 것이고, 타인의 인생에 충고를 할 수 있는 괴물이 된다. 무기력한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전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해서 성공을 이루어 냈으므로 그것이 확률적으로 어렵지만 자신은 해냈으므로.
사람들은 이런 김부장이 사회적으로 밀려나고 고약한 사기범에게 걸려 그의 재산이 날아가고 아들과의 수직적 관계가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한다.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직 젊을 때는 언제나, 올라가고 있다고 착각을 하기 때문에, 앞선 세대들의 충고와 푸념을 귀찮아한다. 그런 것들이 귀에 들어와 마음에 담게 되는 때에는 이미 내려가고 있는 때인 것이다. 한국사회가 이 작품에 공감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머무는 불안과의 사투, 번아웃을 딛고 일어나 나가야만 하는 극복상황, 중년에 오는 위기감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너지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신의 방법을 찾고 무너진 스스로를 추스르는, 이런 소시민적 영웅성에 시청자들은 저건 나의 이야기라고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것은 고난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어디에서 내려왔는지가 중요한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세차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포인트는 '고위직으로 일하던 곳에서 세차를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가질 거 다 가지고 이룰 거 다 이룬 사람이 하는 징징거림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살아내는 힘을 보여주고자 하는 서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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