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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기록61

<프리마 파시>를 보고, 정의와 진실은 무엇인가 최근 나는 판소리로 유명한 이자람의 일인극 프리마파시를 관람했다. 는 라틴어로 "겉보기에는"이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법률적으로는 '우선은 증거가 충분해 보여 더이상 증명이 없어도 사실로 간주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겉으로 드러난 증거만으로 유죄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이 연극의 제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연극의 제목이 인 이유? 이 연극은 주인공 테사(Tessa)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1인극이다. 테사는 법조계에서 정황 증거만으로 사건을 판단하며 승승장구해온 유능한 여성 변호사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사건을 겪으며, 자신이 믿어온 법체계가 피해자인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모순을 깨닫게 된다. 이 지점에서 ‘프리마 파시’라는 용어는 단순한 법률적.. 2025. 10. 10.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이 소설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 📚 통영을 무대로 한 3대 가족의 비극과 생명력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은 1864년 고종 즉위부터 1930년대까지,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 가문 3대에 걸친 삶을 그린 대작이다. 배경은 통영,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와 풍부한 수산 자원으로 어업이 발달한 도시다. 이곳은 ‘조선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아름답고, 어장아비(어장을 경영해 자본을 축적한 사람)들이 많아 자본주의에 익숙한 독특한 시골 마을이었다. 소설은 이러한 통영의 지역적 특색과, 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가족의 역사, 그리고 여성들의 욕망과 운명을 정교하게 묘사한다.🌊 통영, ‘조선의 나폴리’ — 배경의 생생한 묘사작품의 첫 장은 마치 관광서처럼 통영의 자연과 문화를 묘사하는 부.. 2025. 10. 9.
<어쩔수가 없다> 리뷰 *스포일러 포함* 포카혼타스와 춤추지 않는 존스미스 *스포일러가 가득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일러가 가득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 없다를 보았다. 리처드 스타크의 가 원작이다. 소설 는 1997년 발간된 책으로 1990년대 산업자동화에 의해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의 플롯이 2025년 지금에도 큰 공감을 블러일으키는 이유는 산업자동화에 의한 변화보다 더 무시무시한 4차혁명에 의해 대규모 인력감축이 일어나고 있는 현시대 한국, 그리고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킬러가 아니다. 살인자가 아니다. 그랬던 적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무정하고, 냉혹하고, 영혼이 없는 킬러. 그건 내가 아니다. 지금 내가 벌이고 다니는 짓은 사건의 논리에 의해 강요된 것일 뿐이다. 주주들의 논리, 임원들의 논리.. 2025. 9. 26.
<은중과 상연> 누군가에게 은중이고 상연인 우리들의 이야기 **주의** 스포일러 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초등학교 첫 만남1992년, 은중이 초등학생일 때 전학생 상연이 처음으로 반에 온다. 상연은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든든해 보이고, 은중은 그런 상연에게 동경도 하고 질투도 느낀다. 선생님과 은중의 관계, 상연 부모님과의 비교, 소속감의 차이 등이 은중 마음속에 복합적으로 스며든다. 이 초등학교 시절 장면은 이 드라마의 정서적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순간이다. 은중의 마음속 ‘부족함’과 상연의 ‘어느 정도 완벽해 보이는 삶’이 대비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나도 이런 비교를 느낀 적 있지” 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 장면 덕분에 나중에 일어나는 두 사람의 갈등이 단순한 드라마 장치가 아니라, 오래된 감정의 켜(layer)가 쌓여온 결과임을 이해하게 된다. .. 2025.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