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든 세상이라고들 한다. 한때는 이것저것 잘하는 제네럴리스트가 한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꿰차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보다 더 조직에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일당백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것은 혼자서 여러명의 일을 하고 임금은 1인에게만 지급되는 지극히 효율적인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효율의 척도가 제대로 작용되지 않는 분야중에 하나가 예술인것 같다. 특히 현대미술은 작품에 들인 노력과 예술성이 잘 연결되지 않는 분야이다. 르네상스나 바로크 작품을 보고와서 느끼는 감동과 최고로 비싸다고 하는 제프쿤츠나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을 보고 와서 느끼는 감상은 개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아니쉬 카푸어가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라고들 한다. 현존과 부재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출처: 월간미술:Anish Kapoor - 월간미술 (monthlyart.com))이라고 하는데 벽에 걸린 오목한 거울이 나를 거꾸로 비춰주는 상을 계속 보고 있자면, 알것도 같고 모를것도 같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미술을 오래 공부하신 어른과 이야기할 기회가 종종있는데 그 분은 서양 미술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세잔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으신다. 세잔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놀라우면서도 시대적인 분위기를 감안해보았을때 그의 그 혁명적이고 선구자적인 시도를 따라올만한 화가는 역사상 없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오래도록 들어오면서도 막상 세잔의 작품 앞에서는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 잘 이해할 수도 이렇다할 감동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오랑쥬리 미술관 전에 온 세잔의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랬구나! 미술관에 간 수학자에서 이광연은 이렇게 말한다.
세잔은 정물화를 그릴 때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창조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사과와 오렌지 등 정물의 위치를 자기 마음대로 바꾸고 구성하면서 대상의 질서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 미술의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했다. 또 사물의 본질을 찾으려 애썼고, 과일의 색조가 서로 보색을 이루도록 초록색 과일은 붉은색 옆에 노락색 과일은 푸른색 옆에 배치하여 자신이 원하는 구도가 나올 때까지 과일은 다양한 각도로 놓고 바라보면서 최고의 위치를 찾아내는 작업을 계속했다. -본문 115페이지
세잔의 정물화는 전통적인 정물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직·수평적 안정 구도를 벗어나, 마치 물체들이 한쪽으로 기울어 쏟아질 듯한 불안정한 구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세밀한 계산과 반복된 수정 과정을 거쳐 완성된 구도이다. 이러한 치밀한 구성은 세잔이 추구했던 ‘상대적인 운동감’과 ‘구조적 견고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정적인 정물 속에서도 긴장감과 리듬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독창적인 시도는 세잔이 전통 회화의 틀을 넘어 근대 회화의 기반을 마련한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이 정물화는 예상치 못한 관점에서 사물과 과일을 표현하는 급진적인 새로운 접근 방식을 채택한 세잔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그는 사실적인 묘사보다 일관된 구성을 선택하고, 모티프의 형태와 질감, 테이블과 관련된 위치에 대한 그럴듯한 표현을 거부합니다. 세잔은 꽃병 오른쪽의 수직선, 오른쪽의 비스듬한 선(칼 손잡이) 등 식별하기 어려운 요소도 도입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는 꽃병의 위치에 대한 초기 흔적을 지우는 것을 자제했습니다. 명백히 균형이 맞지 않는 과일 접시에 관해서는 세잔이 다른 여러 그림에 포함시켰습니다. 화가 모리스 드니(1870-1943)는 세잔의 정물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세잔의 과일과 미완성 인물은 샤르댕(정물화로 유명한 18세기 프랑스 화가)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이 작업 방법의 가장 좋은 예입니다. 둥근 모양을 나타냅니다. 윤곽선은 마지막에만 나타나는데, 마치 격렬한 악센트처럼 본질을 나타내는 획으로, 점진적인 색채에 의해 이미 드러난 형태를 강조하고 강조한다...".- 오랑주리미술관 공식홈페이지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전시작품 사전학습 포인트
오랑주리 미술관은 튀일리 정원 안에 자리한 작은 규모의 미술관으로, 과거 오렌지를 재배하던 식물원(오랑주리)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식물원으로 사용되었던 건물답게 자연 채광이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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