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옷장에 티셔츠 한 장을 더 사서 넣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패션 액티비즘 활동을 하며 접했던 수많은 보고서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게 깊은 죄책감을 안겨주었고,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무력감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관련해서 읽은 이책 물건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생산
환경 규제가 덜 엄격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유독성 물질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곳의 노동자들은 교육이나 안전에 대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고독성 농약에 노출된 면화 노동자들이 건강 문제를 겪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농약행동네트워크의 유기농 면섬유 보고서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작가 애니 레너드는 1990년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에서 디즈니 의류를 생산하던 착취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을 만난 경험을 회상하며, 한 여성이 “디즈니에서 일하면 적어도 천천히 굶어 죽을 수 있으니 빨리 굶어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이는 1996년 뉴욕의 인권단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미키마우스, 아이티에 가다>에서도 다뤄졌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표방하는 일부 브랜드들은 유기농 면보다 일반 면으로 만든 티셔츠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식물성 염료보다 인공 염료가 상업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가진 옷을 잘 관리해 오래 입는 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티셔츠 한 장에 숨겨진 진정한 비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유통
스웨덴의 한 대형 의류업체는 소비자의 반응 속도에 초점을 맞춘 ‘날씬한 제조’ 방식을 채택해, 디자인부터 매장 진열까지 단 20일 만에 모든 과정을 완료합니다. 이를 위해 아시아와 동유럽의 저렴한 생산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노동자의 임금을 최소화하며 납기를 압박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 공장이 납기를 지키지 못해도 큰 문제가 없도록 여러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또한 각국의 관세, 물량 제한, 산업 보호법 등의 요인도 이러한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계획적 구식화 (Planned Obsolescence)
계획적 구식화는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디자인’으로 정의됩니다. 미국의 산업 디자이너 브룩스 스티븐스는 이를 “구매자가 필요한 것보다 더 빨리 새로운 것을 원하도록 만드는 전략”으로 설명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휴대전화기의 짧아진 수명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제품이 수리 비용이 구매 비용보다 비싸도록 설계되어 새것을 구매하도록 유도됩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를 당연히 여긴다는 점입니다.
인식된 구식화 (Perceived Obsolescence)
물리적으로 멀쩡한 제품도 단지 구식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심리적인 전략으로, 패션 업계에서 한 해에 26개의 시즌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같은 옷을 반복해서 입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게 만들어 새로운 구매를 자극합니다. 광고 역시 이를 부추기며, 실질적인 제품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감정적인 구매를 유도합니다.
소비의 책임
우리의 소비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 우리와 같은 권리를 가진 인간이며, 건강한 환경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착취를 무시하지 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소비자 자아와 시민 자아
작가는 소비자 자아와 시민 자아의 균형을 강조합니다. 소비자 자아의 과잉은 시민 자아를 쇠퇴시키고, 이는 소비주의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소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피해야 할 태도입니다. 의식적인 소비가 곧 시민 참여는 아니므로, 시민 자아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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