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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기록

<절연> 소설집 무라타 사야카, 무, 엄마란 끔찍한 존재에 대하여

by 지패뉴 2024.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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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란 참으로 끔찍한 존재이다.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나를 만들어 세상에 내어놓고, 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위해. 그리고서도 괜찮다고 말한다. 엄마는 끔찍하다.

 
절연
아시아의 젊은 소설가들이 함께 쓴 소설집 『절연』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절연』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티베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9명의 작가들이 하나의 키워드로 집필한 단편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그간 한ㆍ중ㆍ일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 출간된 적은 있지만, 동남아시아의 작가들까지 참여한 앤솔러지의 출간은 이번이 최초다.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이라 이름 지어진 이 다국적 프로젝트는 독특하게도 출판사가
저자
정세랑, 무라타 사야카, 알피안 사아트, 하오징팡, 위왓 럿위왓웡사, 홍라이추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12.05

 

 

 

절연은 9명의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이 모여 하나의 키워드로 만든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이 소설을 기획한 정세랑작가는 <지구에서 한아뿐>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로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책의 키워드는 절연 절연이란 관계를 끊다라는 뜻의 단어로 실제로 소설안에서는 맺다가 끊어진 여러 관계들이 나온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무라타 사야카의 <무>라는 소설을 소개하려고 한다. 무라타 사야카는 일본 지바출신의 작가로 다소 파격적인 설정의 <무성교실>을 지은 작가이다.

 

이 책에서는 쉰 한 살의 가정주부와 남편 딸이 나온다. 딸은 어느날 갑자기 무를 선언하는데 '무'란 세대적 시대적 경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생활방식으로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하지 않는 안정을 지향하는 방식이다. 불안이 없고 요동이 없는 잔잔한 호수같은 삶. 이것은 궁극적인 내적 행복이며 평화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딸은 '무가'라고 하는 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반대했던 주변인들과 달리 엄마는 내심 딸을 지지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의 엄마라는 사람은 자기안에 모성애를 찾아 무단히도 애쓰는 데다가 다 큰 딸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신을 하나의 도구처럼 부려먹는 이 상황에 어느정도의 권태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딸은 유치원 때에 엄마에게 기쁨과 슬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묻자 엄마는 '네 마음'이라고 말했던 선생님과는 다른 대답을 가지고 있다. 

 

도쿄타워

도쿄타워는 우리를 쉬지 않고 감시하며 적절한 감정을 흘려 보내주는 그러면서도 우리를 지켜보는 어떤 절대적인 무엇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우리는 움직이고 느끼고 생활한다. 그 도쿄타워 안에 지하실에서 감정이 만들어지고 그 감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엘리트들이 만들어내고 송출하는 것이라 우리는 그 완벽히 계산된 감정을 거부할 수 없다. 나를 지배해줘 고맙고 오히려 감사한 존재이다.

부디 거기서, 지금이라도, 모성이 흘러들어와주기를. 
나는 평생을 가족의 가축으로 살 게 분명하지만,

그것이 있으면,
이 짓밟히기만 하는 일상에서도 틀림없이 따뜻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무'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아이들은 장래에 무를 꿈꾸며 견학을 온다. 무는 되도록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숨이 차지 않게 건강을 관리하고 건강관리 후에 물을 한잔 마시는데, 수돗물의 나온 희미한 수돗물 향이 주는 자극도 피하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딸은 오년간의 무의 생활을 보내고 있다. 무와 반대되는 혼돈의 세계를 피해 앞으로 대세가 될 무의 삶의 방식, 더 순수한 생물이 된 상태를 지향한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잊기로 한다. 

나 자신이 피해자일 때가, 착취하는 쪽 인간일 때보다는 한결 나은 생물이라는 기분이 듭니다. 
-본문 중에서

 

라는 소설속 고토네의 고백은 작가의 고백인걸까. 고토에는 다른 무들과는 반대로 생활이 괴로워서가 아니라 혜택의 고단함으로부터 피하고자 무를 선택한다. 하지만 고토네에게 무는 기대한 것과 다른 것으로 그 안에서 이미 우열과 착취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고토네는 초딩때 딸 나나코를 찾아 견학했던 적이 있었다. 다시만난 그녀에게 나나코는 그들이 만난 직후 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그것은 자신의 엄마가 제단을 만든 이후 부터라고했다. 

 

완벽한 무를 달성한 엄마. 무에 종교적인 요소를 추가해 도쿄타워를 제단으로 삼아 매일밤 거행하는 무의 의식. 무가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엄마. 

 

대화의 간단히 하고자 남은 최후의 말 '누'는 마지막 비명이 되어 누누누누누 소리를 지른다. 딸은 드디어 드러난 엄마의 본성의 끔찍함을 보고 안도한다. 엄마란 괴물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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