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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는 기록

영화리뷰 쓰는 법, 북리뷰 쓰는 법,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by BookSayu 2025. 12. 27.
새 작품이나 공연을 평가하고 뭐가 좋고 나쁜지 판단하는 것에는 특별한 기술과 지식 체계가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사실 어느 정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평가가 되고 싶어 한다.
-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는 그의 저서 <글쓰기 생각쓰기>에서 충동적인 자기자랑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를 비평가들에게 권한다. 내가 어떤 작품이 왜 좋은지 뻔하지 않게 설명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진부하지 않은 말로 설명하는 일, 진지함과 위트가 섞인 글을 한편 써내기 위해 천개의 망글과 이불킥을 견뎌야 한다. 비평가의 권위를 얻으려고 해서도 안되며 그 작품을 순수하게 애정하는 마음에서 글을 써내려가야 한다. 

 

또한 비평가와 평자(리뷰어)를 구분해야 한다. 평자는 다양한 상품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미학적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고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함으로써 그 물건 및 작품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의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리뷰어는 소개를 해야지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평자와 비평가가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몇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01 비평가는 자신이 평가하는 매체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시시하다고 저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써서는 안된다. 때때로 자신의 권위 없음 자체를 권위로 삼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그만 아닌가'하는 태도로 쓰인 비평을 접하게 된다. 이는 결국 '내 생은 그렇다고'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설로 귀결된다. 그러나 누군가가 읽기로 생각하고 쓰는 비평에는 최소한의 품위가 요구된다. 은유와 묘사를 통해 작품을 해석하고, 그로부터 근본적인 질문을 끌어내야 한다. 동시 반드시 이야기하겠다고 판단한 메세지는 분명하고 책임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02 줄거리를 너무 많이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맞을지 재미있을지 가늠할 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오히려 감상의 즐거움을 훼손 시킨다. 일부 글들은 작품을 '소개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를 정리하려는 강박이 들어난다. 한걸음 물러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작품을 접한 독자도 있겠지만, 아직 감상 전 단계에서 가벼운 워밍업을 필요로하는 독자 역시 존재한다. 비평은 이 두독자 사이의 균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03 구체적인 디테일을 이용하고 일반적인 하나마나한 이야기는 하지말자

 

구체적인 디체일을 통해 설명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평가는 피해야 한다. '매혹적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에도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판단은 독자가 자신의 기준에 따라 내릴 수 있도록 열어두어야 한다. 작품을 감상한 직후의 막연한 흥분상태에서 글을 쓰는 태도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화려하다' '독보적이다'같은 주관적인 수식어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기발한지, 기존의 작업들과 어떤지점에서 다른지를 차분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황홀감에 취한 채 현란한 언어로 작품을 찬미하는 글은 오히려 독자에게 가닿기가 힘들다.

 

비평은 진지하고 지적인 행위다. 그것은 진지한 에술작품을 평가하고 그 작품을 같은 매체 또는 같은 예술가의 다른 작품들이라는 큰 맥락속에 놓는 것이다. .. 따라서 여러분이 비평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전문으로 하려는 매체의 문헌들을 섭렵해야 한다. 가령 연극 비평가가 되고 싶다면 좋든 나쁘든 옛날 것이든 지금 것이든 가능한 한 모든 연극을 다 보아야 한다. 

 

종합하자면, 비평은 감탄이나 취향의 표명이 아니라 사유의 결과여야 한다. 대상에 대한 애정과 거리 두기, 정보 제공과 감상의 여지, 명확한 판단과 절제된 언어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때 비평은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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