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이라고 하면 흔히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을 생각한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거나 조사를 잘못 사용하거나 필요한 문장 성분이 빠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문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읽고 나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문장도 있다. 설명이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글의 목적은 글쓴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독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런데 글쓴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독자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설명에 필요한 정보를 생략하거나 의미가 불분명한 단어를 사용하고,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을 만들기도 한다. 문법적으로 완전한 문장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독자가 하나의 의미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중요하다.
1. 무엇을 가리키는지 불분명한 표현
글을 쓰면서 ‘이것’, ‘그것’, ‘이러한’, ‘해당’, ‘앞서 언급한’과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앞에서 나온 말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어 편리하지만,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독자는 앞 문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다음 문장을 보자.
불분명한 문장: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발표했다.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육 현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이는’ 무엇을 가리킬까? 교육부가 발표한 새로운 제도일 수도 있고, 학교 현장의 준비 부족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의도에 따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수정: 교육부가 발표한 새로운 제도는 학교 수업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것’, ‘그것’, ‘이러한’, ‘이는’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면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필요한 설명이 빠진 문장
문법적으로는 완전하지만 독자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신문기사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불완전한 문장: 새로운 교육제도를 도입한 이후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됐다.
언뜻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긴다. 어떤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었는가? 모든 과목인가, 특정 과목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성적이 향상됐다고 판단했는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써 보자.
수정: 새로운 교육제도를 도입한 학교에서는 2학년 학생들의 수학 평균 점수가 전년도보다 상승했다.
이제 ‘누구의’, ‘어떤 성적이’, ‘무엇과 비교하여’ 향상되었는지가 분명해졌다.
신문기사나 보고서에서 **‘증가했다’, ‘감소했다’, ‘개선됐다’, ‘악화됐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충분히 설명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3. 지나치게 포괄적인 단어의 사용
‘효과’, ‘문제’, ‘부분’, ‘측면’, ‘사항’, ‘요소’, ‘관련’과 같은 단어는 편리하지만 지나치게 사용하면 문장의 의미가 흐려진다.
다음 문장을 보자.
불분명한 문장: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학생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문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여러 측면’과 ‘긍정적인 효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자.
수정: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수준에 맞는 문제를 풀고 수업 중 필요한 자료를 바로 찾아볼 수 있다.
‘긍정적인 효과’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구체적인 행동과 변화로 바꾸면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명확해졌다.
다음과 같은 문장도 마찬가지다.
모호한 문장: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제도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지적했다.
구체적인 문장: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제도 시행에 필요한 교원 확보와 수업 편성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가능하다면 ‘문제’, ‘사항’, ‘부분’이라는 포괄적인 단어 대신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직접 제시하는 것이 좋다.
4. 인과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문장
두 가지 현상이 함께 나타났다고 해서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글을 쓰다 보면 두 사실을 연결하고 곧바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설명하기 쉽다.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을 보자.
부정확한 문장: 방과후 수업을 확대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됐다.
방과후 수업 확대와 성적 향상이 동시에 나타났다고 해서 방과후 수업이 성적 향상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학생 구성이나 시험 난이도, 다른 교육 프로그램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표현의 강도를 낮추는 것이 정확하다.
수정: 방과후 수업을 확대하는 동안 참여 학생들의 평균 성적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는 관련성만 확인했다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수정: 방과후 수업 참여와 학생들의 성적 향상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사나 연구 결과를 소개할 때 **‘~때문에’, ‘~로 인해’, ‘따라서’**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면 실제로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5. 비교의 기준이 불분명한 문장
‘높다’, ‘낮다’, ‘많다’, ‘적다’, ‘증가했다’, ‘감소했다’와 같은 표현에는 비교 대상이나 기준이 필요하다.
불완전한 문장: 고등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이 더 높았다.
무엇보다 높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수정: 고등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중학생보다 높았다.
다음 문장도 마찬가지다.
불완전한 문장: 온라인 수업을 활용한 학생들의 학습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크게’라는 표현의 기준도 모호하고 무엇과 비교해 향상됐는지도 알 수 없다.
수정: 온라인 수업을 병행한 학생들의 과제 제출률은 온라인 수업을 이용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높았다.
가능하다면 수치를 제시하면 더욱 정확해진다.
더 정확한 문장: 온라인 수업을 병행한 학생들의 과제 제출률은 85%로,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72%보다 13%포인트 높았다.
신문기사에서 ‘크게 증가했다’, ‘상당히 감소했다’, ‘훨씬 높았다’와 같은 표현을 발견하면 **‘무엇과 비교해서 그런가?’**라고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6. 수식하는 대상이 불분명한 문장
수식어의 위치가 잘못되면 하나의 문장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음 문장을 보자.
모호한 문장: 교육청은 지난해 발표한 교사의 수업 개선안을 검토했다.
‘지난해 발표한’ 주체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 교육청이 지난해 발표했다는 것인지, 교사가 지난해 발표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의도에 따라 문장을 바꿔야 한다.
교사가 발표했다면: 교육청은 교사가 지난해 발표한 수업 개선안을 검토했다.
교육청이 발표했다면: 교육청은 지난해 발표했던 교사 수업 개선안을 다시 검토했다.
수식어는 가능하면 자신이 꾸미는 말 가까이에 배치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최근’, ‘처음으로’와 같은 부사어가 문장 앞에 무심코 놓이면 무엇을 수식하는지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7. ‘등’을 사용해 핵심 내용을 생략하는 경우
신문기사나 보고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등’이다. 여러 사례를 간단하게 묶을 수 있어 유용하지만, 정확히 설명해야 할 내용을 ‘등’으로 처리하면 불완전한 문장이 된다.
불완전한 문장: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실 환경, 수업 방식 등 여러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
‘여러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이지 않고 ‘등’ 뒤에 무엇이 포함되는지도 알기 어렵다.
수정: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노후 교실을 개선하고,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확대하며, 방과후 보충수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물론 모든 사항을 나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독자가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사항까지 ‘등’으로 생략해서는 안 된다.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이 반드시 정확한 문장은 아니다
다음 문장을 보자.
“새로운 교육제도는 학생들의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문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떤 교육제도인지, 학생들의 무엇이 달라졌는지, 무엇을 근거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는지 알 수 없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꿔 보자.
“학생 선택형 수업을 확대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심 분야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이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독자가 알 수 있다.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설명의 가장 큰 문제는 문법 검사만으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법적으로 완벽하더라도 독자가 “그래서 무엇이?”, “무엇과 비교해서?”, “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라고 되묻는다면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문장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글을 다 쓴 뒤에는 문법뿐만 아니라 **‘무엇을 가리키는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무엇과 비교한 것인가?’, ‘왜 그런 결과가 나타났는가?’, ‘독자가 이 문장만 읽어도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좋은 문장은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을 넘어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는 문장이다. 글쓴이에게 당연한 사실이 독자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독자가 다시 질문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 그것이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문장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참고문헌 : <비문은 쓰지말고, 썼거든 고치고 비문클리닉> 정제원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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