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보고 생각한 것

비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1) 생략과 불균형

by BookSayu 2026. 9. 4.

글을 쓰다 보면 문법적으로 어색하거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흔히 이런 문장을 ‘비문(非文)’이라고 한다. 비문은 단순히 문장이 길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문장 성분이 빠지거나, 문장 성분 사이의 호응이 맞지 않거나, 조사를 잘못 사용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만들어진다. 특히 보고서나 논문처럼 문장이 길고 복잡해질수록 자신도 모르게 비문을 만들기 쉽다. 비문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경우를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1. 필요한 문장 성분을 생략했을 경우

첫 번째는 필요한 문장 성분을 생략하는 경우다. 우리말은 문맥을 통해 의미를 알 수 있다면 주어나 목적어 등을 생략하는 일이 많다. “밥 먹었어?”, “어제 봤어”처럼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문장 성분이 빠져 있어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보고서나 논문에서는 생략된 성분 때문에 문장의 의미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을 보자.

비문: 그의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수정: 나는 그의 주장이 현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문장에서는 ‘생각한다’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나는’이라는 주어를 넣으면 문장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비문: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정: 이번 연구에서는 고객의 만족도가 기존 연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이 ‘높은 것’인지에 해당하는 문장 성분이 빠져 있다. ‘고객의 만족도’라는 성분을 추가해야 의미가 완전해진다. 이처럼 주어뿐 아니라 목적어, 보어, 서술어, 부사어 등 문장의 의미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성분을 무리하게 생략하면 비문이 만들어질 수 있다.

2. 문장 성분 사이의 호응에 문제가 있을 경우

두 번째는 문장 성분 사이의 호응이 맞지 않는 경우다. 문장을 구성하는 각각의 성분은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는다. 대표적인 것이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이다. 특히 문장이 길어지면 글을 쓰는 사람도 처음에 어떤 주어나 목적어를 사용했는지 놓치기 쉽다.

다음 문장은 얼핏 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비문: AI 도입의 목적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
수정: AI 도입의 목적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AI 도입의 목적은’이라는 주어에 ‘줄여야 한다’라는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지 않는다. ‘목적은 ~하는 것이다’라는 구조로 바꾸면 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보고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비문: 이번 사업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업무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수정: 이번 사업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업무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효과는’에 대응하는 서술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문장이다. ‘~할 수 있다는 점이다’로 바꾸면 주어와 서술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도 마찬가지다.

비문: 그는 새로운 정책을 관심을 가졌다.
수정: 그는 새로운 정책에 관심을 가졌다.

‘관심을 가지다’라는 서술어는 관심의 대상을 ‘~에’로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정책을’이 아니라 ‘정책에’라고 해야 한다. 문장을 검토할 때는 서술어를 중심으로 “누가?”, “무엇을?”, “무엇에?”라고 질문해 보면 호응의 문제를 발견하기 쉽다.

3. 조사를 부적절하게 사용했을 경우

세 번째는 조사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다. 우리말에서 조사는 앞말과 다른 문장 성분의 관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은·는’, ‘이·가’, ‘을·를’, ‘에’, ‘에서’, ‘에게’ 등의 조사 하나만 잘못 사용해도 문장이 어색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비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수정: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위해서의’라는 표현은 부자연스럽다. 여기에서는 뒤의 명사인 ‘대책’을 꾸며 주어야 하므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음과 같은 조사 오류도 흔하다.

비문: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직원들에게 업무방식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수정: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방식이 영향을 받았다.

조사는 단순히 단어 뒤에 붙는 작은 요소처럼 보이지만 문장 성분 사이의 관계를 결정한다. 따라서 문장이 어색하다면 단어 자체보다 먼저 조사가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부자연스러운 겹조사를 사용했을 경우

네 번째는 조사를 지나치게 겹쳐 사용하는 경우다. 다만 두 개 이상의 조사가 결합했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학교에서부터’, ‘나에게만은’, ‘오늘까지도’처럼 여러 조사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필요 이상의 조사가 연속해서 붙으면서 문장의 구조가 복잡해지는 경우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표현이다.

비문: 이 문제에 대해서는의 검토가 필요하다.
수정: 이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대해서는의’처럼 조사가 연속해서 결합하면서 표현이 매우 부자연스러워졌다. 간단히 ‘문제에 대한 검토’라고 바꾸면 의미도 분명하고 문장도 간결해진다.

다음 문장도 마찬가지다.

어색한 문장: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에서와의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수정: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와의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불필요한 조사를 하나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문장이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특히 보고서나 논문을 쓰다 보면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욕심 때문에 조사를 계속 덧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조사가 많아질수록 문장의 의미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비문을 발견하는 가장 쉬운 방법

결국 비문을 피하려면 문장을 쓴 뒤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면 된다. **‘빠진 문장 성분은 없는가?’,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맞는가?’, ‘목적어와 서술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 ‘조사는 적절한가?’, ‘불필요한 조사가 겹쳐 있지는 않은가?’**를 차례로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긴 문장에서는 주어와 서술어만 따로 찾아보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비문: 본 연구의 목적은 모바일뱅킹 이용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디지털 채널의 이용이 은행의 경영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수정: 본 연구의 목적은 모바일뱅킹 이용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디지털 채널 이용이 은행의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첫 번째 문장은 논문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목적은’과 ‘분석하고자 한다’가 자연스럽게 호응하지 않는다. ‘본 연구의 목적은 ~ 분석하는 것이다’로 문장의 뼈대를 먼저 잡으면 훨씬 안정적인 문장이 된다.

좋은 문장은 반드시 화려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문장 성분을 갖추고, 각각의 성분이 자연스럽게 호응하며, 적절한 조사를 사용하면 된다. 결국 비문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명확하게 쓰는 것이다. 문장이 길고 복잡해질수록 이 기본적인 문장 구조로 돌아가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비문은 쓰지말고, 썼거든 고치고 비문클리닉> 정제원지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