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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전: 성스러움 없는 예술은 인정받을 수 있는가?

by BookSayu 2026. 3. 30.

인도네시아의 타나 토라자 지역에서는 죽음을 단절이나 비극이 아닌, 하나의 ‘과정’이자 공동체적 사건으로 인식한다. 장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축제에 가깝고, 그 준비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 마련될 때까지 고인의 시신은 가족과 함께 집 안에 머문다.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숨이 멎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인을 여전히 ‘아픈 사람’처럼 정성스럽게 돌본다. 이들에게 죽음은 삶과 분리된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삶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는 상태다. 장례식에서는 특히 물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소는 고인을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많게는 수십 마리의 물소가 희생되며 장례 의식은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거대한 의례로 확장된다.

 

작품 천년에 모인 관객들

 

 

이러한 죽음관은 Damien Hirst의 작품 세계와 묘하게 겹쳐지는 지점이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1990년작 <천년(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과는 다른 작품)>은 소의 잘린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 그 피에 이끌려 몰려드는 파리들, 그리고 그 파리들을 죽이는 전기 살충기, 나아가 그 옆에서 자라나는 유충까지를 하나의 설치로 구성한다. 이 작품은 불쾌하고 충격적인 이미지로 관객을 압도하지만, 동시에 생과 죽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환의 과정임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이 되며, 그 순환은 인간의 감정이나 윤리와는 무관하게 냉정하게 지속된다.

데미안 허스트 작품 중

 

허스트의 작품이 갖는 특징 중 하나는 이러한 메시지를 매우 직설적이고 간결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그의 작업은 복잡한 해석을 요구하기보다, 거의 명령문에 가까운 방식으로 관객에게 의미를 던진다. 예를 들어 풍선을 활용한 작품에서도, 그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 “떨어지면 죽는다.” 이처럼 그는 상징을 최소화하고, 생명과 죽음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든다.

 

 

더 나아가 그의 작품은 단순히 생과 사의 철학적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안에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적 미학이 깊게 스며 있다. 죽음조차도 전시되고 소비되며, 충격과 자극은 하나의 상품이 된다. 허스트는 이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얼마나 자본과 이미지, 소비의 논리에 의해 구성되어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이가 저에게 '죽음에 대한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한 중국 작가는 '우울증에 걸렸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 삶에 관한 것이다. 죽음은 삶의 일부일 뿐" - 데미안 허스트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데이미언 허스트의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은 기대와 동시에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번 전시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며, 세 가지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첫 번째 비판은 “그는 이미 한물간 작가가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허스트는 1990년대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했던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중심 인물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회적 담론과 예술의 방향 역시 크게 달라졌음에도, 그의 작업이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즉, 과거에는 혁신적이었던 그의 표현 방식이 오늘날에는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으며, 동시대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 평론가들은 그를 여전히 ‘현역 작가’로 보기보다는, 특정 시대를 대표했던 인물로 한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 비판은 그의 예술적 태도, 특히 상업성과 관련되어 있다. 허스트는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시장과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독보적인 전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오히려 “순수예술보다는 상업적 성공에 더 치중한 작가”라는 인식을 낳았다. 논쟁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하며, 작품의 희소성과 가격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그의 방식은 일부에게는 혁신으로, 또 다른 이들에게는 예술의 본질을 흐리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이는 “예술과 자본의 관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비판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 즉 “지금 이 시점에 한국 사회에서 그의 메시지가 유효한가”라는 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공공기관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해외 작가를 초청하는 만큼, 단순한 유명세를 넘어 동시대 한국 사회와의 의미 있는 접점이 요구된다. 그러나 허스트의 주요 주제—죽음, 소비,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현재 한국 관객에게 얼마나 긴밀하게 다가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이러한 주제가 보편적이기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보다 동시대적이고 지역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가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처럼 데이미언 허스트의 전시는 단순한 개인전의 차원을 넘어, 현대미술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시대와 얼마나 긴밀하게 호흡해야 하는가”, “상업성과 예술성은 양립 가능한가”, 그리고 “공공미술기관은 어떤 기준으로 작가를 선택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들이 이 전시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다. 결국 이 논쟁은 허스트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우리가 동시대 예술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집단적 자문에 가깝다.

 

 

https://www.yna.co.kr/view/AKR20260319193800005

 

[인터뷰] 데이미언 허스트 "예술은 삶에 관한 것…죽음은 그 일부"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푸른 수조 속 상어 사체, 피가 흐르는 잘린 소머리, 수천 개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

www.yna.co.kr

허스트는 당신의 작품이 한국 관람객에게 어떤 공익적 가치를 주느냐는 물음에
"작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데도, 필요했는지조차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며
"그게 예술의 위대함이며 저는 그런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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