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부족한 점이 다 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유독 시작한 일에 끝맺음이 아쉽다. 시작은 어느누구보다 야심하게 하지만 중간쯤 오면 흐지부지해지거나 포기하는 일들이 많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일거다라고 생각해왔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냥 나는 끝맺음을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루에 한가지 작은 것이라도 마무리를 지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일만해도 시작했다 끝맺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비밀리에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남편과 하고 있는 책작업이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바빠서 그런가 할수도 있지만 딱히 바쁘진 않은데 책상에 앉는 것이 죽기보다 싫을때가 많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안해도 되는 일이다. 안해도 되는 일은 꼭 오늘해야하는 일에 밀려서 매일 시작하지 못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가장 대단한 사람은 안해도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내가 또 남들 안해도 되는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다. 그럼 나에게 꼭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그렇다 시작한 일들 중에 한가지라도 제대로 마무리 하는 것이다.
날씨가 9월 말인데도 덥다. 더운데 그 바람 속에 살짝 시원함이 느껴진다. 해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 쬐며 여름을 밀어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오늘은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상처로 숨쉬는 법>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정말 아껴보고 싶은 책이다. 그 책에서는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늘은 선물에 대한 글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선물을 할 때 가장 큰 기쁨은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내밀한 비밀, 그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가지고 싶어하는가를 알고 있음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에 대해 상상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큰 기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같은 값에 유독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등가교환의 원리에 따라 그 사람이 나의 생일에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5만원짜리 선물을 보낸다면 나는 그사람의 생일을 꼭 기억해두었다가 5만원 정도의 선물을 되돌려 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인식되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선물보다는 물물 교환에 가깝다. 이것조차도 요새는 상품권을 주고 받는다.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내가 5만원의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받고 다시 상대방의 생일날 이것을 돌려준다면 이것은 과연 선물인걸까 아니면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의식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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