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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20260920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

by BookSayu 2026. 9. 20.

나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절인연을 믿는다는 상대방에 말이 나에게는 이렇게 들린다.

 

우리 관계도 곧 끝날거야. 영원한 건 없으니까.

 

이 말은 유독 나에게 두려움이다. 모르겠다. 내가 인연에 조금은 집착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오랜만에 연락 온 다시 만날 확률이 극히 적은 사람의 결혼식에 가는 길, 그 길에 나는 그 사람과의 많은 추억을 떠올리며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해 꼭꼭 접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 둔다. 지금보다 우리는 아주많이 친했었다. 그래 우리는 가까운 사이었어. 결혼식은 대부분 차가막히는 주말에 1시간쯤 걸리는 곳에서 진행이 되는데 겨울이던 여름이던 도착하면 항상 더운 기운이 올라온다.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결혼을 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나를 보며 다소 놀라는 그 눈빛에 만족감을 얻는다.

 

니가 정말 올 줄 몰랐어. 아쉬워할까봐 초대하긴 했지만 말이야.

 

하고 있는 것 같아 잠시 머쓱해진다. 결혼식 입구에는 식전에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있다. 행복의 순간들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 사진에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기대가 분무되어 있다. 나는 결혼식장 앞에 꽃장식과 스튜디오 사진들을 둘러본다. 같이 오기로 했던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아서 잠시 망설인다. 결혼식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혼자서는 좀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들어선 식장에 빈 의자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발견한다. 앞쪽에 한 좌석이라도 채우기 위해 가서 앉아 지금도 좀처럼 희미해지지 않는 내 결혼식때를 떠올린다. 긴장되고 생각보다 더 소박했던 결혼식에서 내가 멀뚱히 앉아 사람들이 와주길 기다렸다.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신부대기실이란 곳은 참으로 엉뚱한 곳이다. 한 껏 꾸민 신부가 인형처럼 앉아있고 그런 신부와 사진을 찍으러 오는 하객들이 있다. 어떻게 나오게 될지 모르는 커다란 카메라로 같이 촬영하고 간단한 축하의 말을 던지고 우르르 나오면 덩그러니 신부는 혼자 앉아있다. 그 바보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식이 시작된다.

 

결혼식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인맥들이 모여있다. 과거를 함께 보낸 사람과 현재 같은 공간에 머무는 사람, 그리고 앞으로 중요해질 사람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결혼을 하는 사람을 축하해준다. 과거에서 온 나라는 사람의 축하가 앞으로 중요해질 사람의 축하와 같을 리 없다. 우리는 근황도 잘 알지 못하고 심지어 내가 만났을 때와 얼굴도 많이 달라져서 마주하기가 어색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과거에 이야기하기 위해 늘 연락이 뜸했던 이의 결혼식을 찾는다. 돌아오는 길은 쓸쓸하다. 오늘이 그 사람을 보는 마지막 날일 것만 같아서. 왠지 오늘은 이별을 이야기하는 날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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