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 시절인연을 믿는다는 말을 하면 나에게 이렇게 들린다.
우리 관계도 곧 끝날거야. 영원한 건 없으니까.
이 말은 유독 나에게 이별선고처럼 두렵다. 이 쯤되면 내가 인연에 조금은 집착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오랜만에 연락 온 다시 만날 확률이 극히 적은 사람의 결혼식에 가는 길에 나는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며 눈물짓던 기억,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응원해주던 날들을 더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해 꼭꼭 생각해서 마음속에 잡아 둔다. 그래. 지금보다 우리는 아주 많이 친했다________그래 우리는 가까운 사이었어. 결혼식은 대부분 차가 막히는 주말에 집에서 1시간쯤 걸리는 곳에서 하는 것 같다. 겨울이던 여름이던 도착하면 항상 후텁지근한 기운이 올라온다.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결혼을 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앞에서서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나를 보며 다소 놀라는 눈빛을 읽는다.
니가 정말 올 줄 몰랐어. 아쉬워할까봐 초대하긴 했지만 말이야.
하고 있는 것 같아 잠시 머쓱해진다. 결혼식 입구에는 식전에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있다. 행복의 순간들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 사진에는 앞으로 일어날 부부로서의 일들에 대한 기대가 분무되어 있다. 나는 결혼식장 앞에 꽃장식과 스튜디오 사진들을 둘러본다. 같이 올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 잠시 망설이다 식장으로 들어간다. 앞 좌석을 채우기 위해 가서 앉는다. 나처럼 혼자 와서 두리번 대는 사람도 있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그리고 지금도 좀처럼 희미해지지 않는 오래전 결혼식때를 떠올린다. 긴장되고 생각보다 더 소박했던 결혼식에서 내가 멀뚱히 앉아 사람들이 와주길 기다렸었다.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신부대기실이란 곳은 참으로 엉뚱한 곳이다. 한 껏 꾸민 신부가 인형처럼 앉아있고 그 신부를 구경 오는 하객들이 있다. 어떻게 나오게 될지 모르는 사진을 커다란 카메라로 같이 촬영하고 간단한 축하의 말을 던지고 우르르 나오면 덩그러니 신부는 혼자 앉아있다. 그 바보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식이 시작된다.
결혼식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인맥들이 모여있다. 과거를 함께 보낸 사람과 현재 같은 공간에 머무는 사람, 그리고 앞으로 중요해질 사람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결혼을 하는 사람을 축하해준다. 과거에서 온 나라는 사람의 축하가 앞으로 중요해질 사람의 축하와 같을 리 없다. 우리는 근황도 잘 알지 못하고 심지어 내가 만났을 때와 얼굴도 많이 달라져서 마주하기가 어색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늘 연락이 뜸했던 이의 결혼식을 찾는다. 돌아오는 길은 쓸쓸하다. 오늘이 그 사람을 보는 마지막 날일 것만 같아서. 왠지 오늘은 이별을 이야기하는 날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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