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긴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하나 더 먹는 일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젊지않다 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그 인식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마음 한켠에 자리 잡는다. 젊다못해 어린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묘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존중과 부러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이런 감정들을 대놓고 꺼내기에는 어딘가 어색하다.
요즘 세대는 더 이상 하나의 덩어리로 묶이지 않는다. 우리가 익숙했던 ‘세대’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해졌다. 예전에는 같은 나이 또래라면 좋아하는 음악이나 프로그램, 브랜드가 어느 정도 겹쳤다. 월요일 밤 예능 하나만으로도 다음 날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공통의 경험이 있었고, 그것이 관계를 이어주는 접착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누군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옆에 있는 사람이 전혀 모르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 사실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성을 넘어선 완전한 파편화, 어쩌면 개인 하나하나가 하나의 시장이 된 시대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이들의 절제력이다. 우리에게 술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도구였다. 회식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이해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에게 술은 그저 선택일 뿐이다. 마시지 않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건강과 자기관리다. 영양제 성분을 따지고, 운동 루틴을 관리하며, 재테크 지식을 콘텐츠로 습득한다. 때로는 감탄이 나오고, 때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저 나이에 저만큼 나를 관리했었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흥미로운 점은 더 이상 특정 국가나 문화에 대한 ‘신앙적인 동경’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국이나 일본 문화에 대한 일종의 절대적인 선망이 있었다.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곧 발전이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세대에게 그것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국내브랜드라고 명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부분 국내 브랜드의 의류를 입고, 굳이 외국을 모방해야 한다는 강박도 사라졌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태도가 더 강해졌다.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 체계가 조용히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사고 방식이 빠르고 효율적인 만큼, 깊이 있는 맥락 이해나 텍스트 해석 능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이 짧고 빠르게 소비되는 환경 속에서 긴 호흡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것이 퇴화인지, 아니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진화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지점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아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일지도 모른다. 인사이트, 판단력, 그리고 시간을 들여 쌓아온 맥락 이해 능력.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 들어서며 이런 인문학적 자산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작은 위안이 된다.
결국 솔직한 결론은 이것이다. 요즘 세상의 변화 속도는 너무 빠르다. 어제 정리한 생각이 오늘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1년 전 자료는 물론이고, 몇 달 전에 작성한 보고서조차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방향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모든 단상들이 어쩌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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