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핫하다 못해 뜨거운 서도호전에 다녀왔다. 10시 오픈에 이미 100명은 족히 넘는 사람들이 9시30분부터 대기중이었다.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름마저도 예술가다운 서도호는 실과 노방과 같은 원단을 이용해 작품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본적이 없었는데 기대이상이었다. 집에대한 기억을 실과 원단, 종이로 나타낸 그의 작품에서는 그 물성에서 전해지는 따스함과 감성이 관람자에게 잘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사람의 중심을 건드리는 데에 집보다 더 적절한 소재가 있을까. 서도호 작가가 살던 집을 모티브로 구현한 그의 작품에서 그가 옮겨다닌 공간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서도호의 작품엔 유독 한옥과 관련된 모티브가 많고 그것이 노방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그 조화로움이 있다고 본다. 나는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이런 아스라한 옥색의 노방이 떠오른다. 옥색과도 같고 비취와도 같은 원단들이 서로 포개지고 겹쳐져 나타나는 색감의 단순한 아름다움을 정교한 바느질로 구현해내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앨범커버 작품을 해왔다는 것이다. 유재하와 봄여름가울겨울이라니... 이보다 더 예술적일 수 없다! 몇 십년이나 지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커버의 디자인은 이번 전시에 가장 놀랄만한 일이었던 듯 싶다.

인간들의 나란한 배열, 지독히도 한국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유난히 소속된 공동체를 중요시 여기는 한국의 정서가 나쁘지 않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로 여럿으로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같다. 그리고 다르다.




그의 대표작인 러빙/러빙은 영어의 문지르다와 사랑하다에서 온 발음적 유사성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문지르는 행위가 매우 사랑하는 행위처럼 느껴졌다던 " 작가의 말이 그대로 전달되는 대작이다. 닥종이를 한옥에 풀로 붙여 흑연으로 일일이 문지른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비와 바람을 맞고 단단해진 겉껍데기를 벗겨낸다는 컨셉은 예술가가 아니라면 떠올릴 수 없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한옥과 거의 하나의 몸이 된 닥종이를 벗겨낼때 마치 껍데기를 벗어내듯 쩍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냥 insane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엄청나다..

작가가 작업을 한 과정을 영상에 그대로 담아내었다.

집 안에 가장 손때가 많이 묻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보니 스위치와 손잡이, 그리고 전화기가 떠오른다. 그것을 원단으로 구현해 낸 작가의 작품이다. 글씨까지도 그대로 살려낸 작가의 지독한 애정이 전달되었다.



전시를 진행하던 중 시간에 대한 것이 더해졌다. 아니 시간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예술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시간과 흔적은 실로 아름다운 것이구나. 오늘이 내일의 아름다운 흔적이 되도록 잘살아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너무 아름다운 전시였다. 사람들이 몰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지만, 작가의 진심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소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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