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피동 표현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특히 보고서나 논문에서는 객관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 ‘~로 판단된다’, ‘~로 분석된다’, ‘~로 보여진다’, ‘~하게 되었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러나 피동 표현이 많다고 해서 문장이 객관적이거나 전문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위의 주체가 불분명해지고 문장이 길어지면서 뜻이 모호해질 수 있다.
피동은 주어가 어떤 행동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 의해 어떤 행동을 당하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능동: 경찰이 범인을 잡았다.
피동: 범인이 경찰에게 잡혔다.
두 문장 모두 자연스럽다. 문제는 피동 표현 자체가 아니라 피동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동을 사용하거나, 이미 피동의 의미를 가진 표현에 다시 피동 표현을 덧붙이는 경우다. 잘못된 피동 표현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1. 피동사를 사용한 표현
우리말에는 피동의 의미를 나타내는 피동사가 있다. 일반적으로 동사에 ‘-이-, -히-, -리-, -기-’ 등이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보다 → 보이다
잡다 → 잡히다
열다 → 열리다
안다 → 안기다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은 자연스럽다.
바람 때문에 문이 열렸다.
범인이 경찰에게 잡혔다.
문제는 능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까지 굳이 피동으로 바꾸는 경우다.
어색한 문장: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었다.
수정: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또는: 연구 결과에서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었다.
‘발견되었다’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무엇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피동 표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자가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는 문맥이라면 ‘연구자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처럼 능동으로 표현하는 편이 명확하다.
특히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자주 볼 수 있다.
피동 중심: 문제점이 담당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능동 중심: 담당자가 문제점을 확인했다.
두 문장 모두 문법적으로 가능하지만 특별히 ‘문제점’을 강조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두 번째 문장이 훨씬 간결하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한 문장에서는 능동 표현이 정보 전달에 유리하다.
2. ‘-어지다’, ‘-게 되다’ 표현의 남용
피동이나 상태의 변화를 표현할 때 ‘-어지다’가 사용되기도 한다.
만들다 → 만들어지다
이루다 → 이루어지다
알다 → 알려지다
‘-어지다’가 모두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졌다’, ‘문제가 해결되었다’처럼 자연스러운 경우도 많다. 문제는 능동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습관적으로 ‘-어지다’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어색한 문장: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계획이 수립되어졌다.
수정: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계획이 수립되었다.
더 간결한 표현: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게 되다’ 역시 보고서나 자기소개서, 논문 등에서 지나치게 많이 사용된다.
어색한 문장: 이번 연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게 되었다.
수정: 이번 연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확인했다.
‘확인하게 되었다’라고 하면 어떤 계기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는 의미가 더해진다. 단순히 연구 결과를 설명하려는 것이라면 ‘확인했다’가 훨씬 직접적이다.
반대로 ‘-게 되다’가 자연스러운 경우도 있다.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 문장에서는 자신의 적극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외부의 상황 변화로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게 되다’가 자연스럽다. 따라서 ‘-어지다’와 ‘-게 되다’를 무조건 없애기보다 변화나 피동의 의미가 실제로 필요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3. 이중피동
피동 표현에서 가장 대표적인 오류 가운데 하나가 이중피동이다. 이미 피동의 의미를 가진 말에 다시 피동 표현을 붙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보여지다’다.
잘못된 표현: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수정: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보이다’ 자체에 이미 피동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다시 ‘-어지다’를 붙인 ‘보여지다’는 불필요한 이중피동이 된다.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자.
잘못된 표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책이다.
수정: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다.
잘못된 표현: 회의에서 여러 문제가 논의되어졌다.
수정: 회의에서 여러 문제가 논의되었다.
잘못된 표현: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수정: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마지막 사례는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경우에 문법적 이중피동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피동·변화 표현이 불필요하게 중첩되어 문장이 장황해진 경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피동의 의미가 이미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면 또 다른 표현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 있다.
어색한 문장: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진다.
수정: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여진다’를 ‘보인다’로 바꾸는 것만으로 문장이 훨씬 간결해진다.
4. 능동과 피동을 모호하게 구분하는 경우
능동과 피동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에서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이다. 행위의 주체가 중요하다면 능동이 자연스럽고, 행위의 대상이나 결과를 강조하고 싶다면 피동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연구진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했다.
고객 데이터는 연구진에 의해 분석되었다.
두 문장 모두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달하는 정보의 중심이 다르다. 첫 번째 문장은 ‘연구진이 무엇을 했는가’에 초점이 있고, 두 번째 문장은 ‘고객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었는가’에 초점이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피동을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어색한 문장: 본 연구에서는 설문조사가 연구자에 의해 실시되었다.
수정: 본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는: 본 연구에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우리말에서는 행위의 주체가 문맥상 명확하면 주어를 생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영어식 수동태를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에 의해 ~되었다’라는 표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 다음과 같은 문장은 의미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
모호한 문장: 담당자가 변경되었다.
이 문장은 문맥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담당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인지, 누군가가 담당자를 변경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의도에 따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담당자가 김 대리에서 이 과장으로 바뀌었다.
부서장이 담당자를 김 대리에서 이 과장으로 변경했다.
누가 행동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면 능동 표현을 사용하고, 변화된 상태 자체가 중요하다면 피동이나 상태 변화 표현을 사용하는 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피동 표현이 보이면 ‘누가 했는가’를 생각해 보자
피동 표현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동은 우리말에서 필요한 표현 방식이고, 행위의 대상이나 결과를 강조할 때 유용하다. 문제는 피동을 사용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습관적으로 피동문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나 논문을 퇴고할 때는 ‘~되었다’, ‘~되어졌다’, ‘~하게 되었다’, ‘~로 보여진다’, ‘~에 의해’와 같은 표현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어색한 문장: 분석 결과, 디지털 채널의 이용이 증가할수록 고객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보여졌다.
수정: 분석 결과, 디지털 채널의 이용이 증가할수록 고객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는 더욱 직접적으로 쓸 수도 있다.
수정: 분석 결과, 디지털 채널 이용 증가는 고객 만족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국 피동 표현을 검토할 때는 **‘누가 이 행동을 했는가?’, ‘행위자와 대상 중 무엇을 강조하려는가?’, ‘이미 피동의 의미가 있는데 또 피동 표현을 붙이지 않았는가?’, ‘-어지다나 -게 되다를 빼도 의미가 같은가?’**를 확인하면 된다.
좋은 글은 어려운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글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했고,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 주는 글이다. ‘~되어졌다’, ‘~하게 되었다’, ‘~로 보여진다’ 같은 표현이 반복된다면 한 번쯤 능동문으로 바꾸어 보자. 불필요한 피동을 걷어 내는 것만으로도 문장은 짧아지고, 의미는 훨씬 선명해진다.
참고문헌 : <비문은 쓰지말고, 썼거든 고치고 비문클리닉> 정제원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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